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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타임즈 칼럼-무대의 힘

  • 작성자  구로파랑새나눔터공부방지역아동센터
  • 날짜  2016-01-17 20:19
  • 조회수  726

파랑새도 송년 발표회를 했다. 아이들이 한 해 동안 준비한 기량을 이것저것 보여주는 자리이다. 그래도 작은 무대에 올라 빛나는 자리이니 모두가 올라가 박수를 받았음 하는 게 부모님들이나 교사들 모두가 바라는 바이다.

하지만 유독 그런 게 힘든 아이들이 있다. 남들이 자길 바라보는 시선을 견디기 어렵고, 그런 자리에서 스스로 그야말로 ‘무슨 짓’을 할지 저도 장담을 못하는 것이다. 그도 아니면 그 따위 일에 난리를 칠 게 무어냐 하고 곁에서 아무리 통사정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도 있다. 그리곤 무대 아래서 저는 관객으로만 남아 있다.

무대가 펼쳐지기까지는 아무도 무대의 힘을 알지 못한다. 저 아래 관객으로부터 시선을 받으면 빛나는 중앙에 서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는 무대가 가진 힘을 말이다. 그래서 한 어머니는 단 한번 모두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무대를 열 때를 빼고는 당신 아들은 그 후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고 그렇게 소리 높여 울부짖었던 것이다. 그렇게 힘이 있는 무대는 그래서 자주 열리지도 않고 아무나 오를 수도 없는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누가 무대에 오르는지가 분명해질수록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가시방석이었다. 더욱이 장애를 가진 친구들은 본인은 너무 원하나 무대에 올라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과연 어떨까 판단이 서질 않았기 때문에 올해는 지켜보기로 하였던 것인데, 보는 내내 무대에 오르고 싶어서 저도 안달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마음이 정말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음 기회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다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자고 교사들 역시 다시금 마음을 다잡은 터이다.

그런 무대를 만드는데 올해 가장 애쓴 사람이 있다면 단연코 구로중의 홍진표 선생님과 뮤지컬에 참여했던 학생들이다. 물론 홍진표 선생님께서는 그 분 개인으로 존재하시는 것은 아니다. 홍진표 선생님과 아이들의 감동스런 뮤지컬 뒤에는 그 모든 걸 허락하신 교장 선생님을 포함한 다른 교사와 학교 교직원들의 숨은 노력이 없었더라면 가능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또한 지역에서 혁신교육지구 사업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힘이 없었더라면 이 역시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삼라만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할 밖에다.

극장축제가 열리던 날 파랑새 아이들이 눈을 반짝거리며 무대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모습을 잊을 수 없어 언젠가 이런 기회가 오면 꼭 다시금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사실 그 동안 무대의 힘이 중요하다고만 생각하면서 그래서 더 좋은 무대, 더 특별하고 진지한 무대를 보여줄 생각에만 골몰했던 내 생각이 균열이 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전문적 무대가 가진 힘들도 있겠지만 당장 곁에서도 볼 수 있는 평범한 언니, 오빠, 형, 누나들이 만들어내는 무대가 가진 힘들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저렇게 하고 싶다, 저렇게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피어나길 바랬고, 그래서 그런 무대를 볼 수 있는 홍진표 선생님이 너무 감사했던 차이다.

그래서 며칠 전 구로중의 뮤지컬 페스티벌 소식을 들었을 때 아이들을 이끌고 다시금 보러갔던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실은 지금의 나의 삶은 그곳에서 새로운 노래를 배웠기 때문이었다. 노래는 특히 아무리 잊으려해도 잊을 수 없도록 인간의 영혼에 아로새겨져 그 인간의 결을 만들어내는 힘을 가진 것이 바로 노래이다. 다른 이가 아닌 자기의 노래를 환한 빛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부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자기 노래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교유이며, 그것이 교육자의 소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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