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2025년 8월 7일 방학 캠프 “빛나는 지금, 반짝이는 우리”
둘째 날은 07시 30분, 아직 공기가 차갑고 창밖의 풀잎들이 이슬에 젖어 있는 시간에 시작됐다. 캠프장에는 두 부류의 아이들이 있었다. 하나는 밤을 꼬박 새운 아이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직 꿈속에 깊이 잠긴 아이들이었다. 먼저, 중학생 아이들과 6학년 남자아이들은 전자였다. 그들은 “자는 시간마저 아깝다”며 밤을 놀이로 불태웠다. 마피아 게임에서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며 억지 웃음을 짓는 모습, 침묵의 공공칠빵에서 누가 먼저 웃음을 터뜨릴지 눈치를 보는 모습이 밤새 이어졌다. 방 안에는 웃음소리와 작은 비명, “아, 걸렸잖아!” 같은 탄식이 섞이며 새벽까지 불이 꺼질 줄 몰랐다. 하지만 기상 시간이 다가오자, 그들의 체력도 한계에 다다랐다. 각자 방으로 돌아가며 “조금만 자고 나올게”라던 목소리는, 곧 고른 숨소리로 변했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아침밥보다 달콤한 잠을 택했고, 남자아이들은 여전히 손에서 게임기를 놓지 못한 채 아침 시간을 보냈다. 3조의 아침은 조금 달랐다. 3학년 여자아이 둘, 그리고 조의 ‘카리스마 리더’ 4학년 여자아이는 알람 소리가 울리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리더 여자아이는 세수와 양치를 마친 뒤, 이부자리를 군인처럼 반듯하게 접어 올렸다. 그의 손놀림은 마치 정해진 매뉴얼을 따른 듯 빠르고 정확했다. “일어나!” 그는 마치 조교처럼 나머지 두 명을 깨웠다. 3학년 여자아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지만, 리더 여자아이의 부름에 마지못해 몸을 일으켰다. 다른 3학년 여자아이는 달랐다. 배고픔이 졸음을 이겼는지, 세수를 마치자마자 “빨리 밥 먹자”를 연발했다. 아침 메뉴는 짜파게티였다. 3학년 여자아이는 젓가락을 쉴 틈 없이 움직이며 허겁지겁 먹었고, 어느새 입가엔 까만 소스가 동그랗게 번져 있었다. 그 모습은 꼭 코밑에 작은 수염을 단 것 같아 주변에 웃음을 안겼다. 4조는 여자아이들 중 가장 어린 팀이었다. 1학년 여자아이 넷은 전날 물놀이에서 너무 많이 웃고 뛰논 탓인지, 이불 속에서 새우처럼 몸을 웅크린 채 꿈속에 있었다. “일어날 시간이에요~” 선생님의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져도, 이불 속에서 ‘아무 일도 없는 척’ 조용히 버티는 아이들. 결국 8시가 훌쩍 넘어, 선생님의 손길에 하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치와 세수는 또 다른 전쟁이었다. 칫솔질을 하다 멍하니 거울 속 자기 얼굴을 바라보는 아이, 수건을 손에 쥔 채 무슨 순서였는지 까먹은 아이. 선생님의 도움으로 한 명씩 씻어내는 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평소 밥을 잘 먹는 한 여자아이는 식판을 비우고도 “조금만 더…”라며 손을 내밀었고, 다른 여자아이는 평소 적게 먹는데도 아침이라 그런지 몇 숟가락만 뜨고 고개를 저었다. 가장 늦게 기상한 건 2조였다. 4학년 여자아이 둘과 5학년 여자아이, 6학년 여자아이는 전날 밤 “새벽까지 놀 거야!”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자정이 되기도 전에 다 같이 곯아떨어졌다. 그래도 잠이 많은 그들은 8시가 넘어도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 그 순간, 옆방에서 준비를 마친 5학년 여자아이의 우렁찬 목소리가 폭죽처럼 터졌다. “다 일어나!” 그 소리에 4명의 아이들이 이불 속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이불 속 깊숙이 숨어 있었다. 10분 동안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다가, 선생님의 “빨리 준비해!”라는 말에 겨우 한 명씩 화장실로 향했다. 5학년 여자아이는 끝까지 이불과의 작별을 미루다, 모두가 씻고 나온 뒤에야 화장실로 향했다. 아침 메뉴는 모닝빵과 우유였다. 아이들은 각자 4개씩은 기본으로 먹었다. 4학년 여자아이는 잼을 우유에 섞어 ‘딸기 라떼’를 만들었고, 다른 4학년 여자아이는 모닝빵을 우유에 푹 적셔 촉촉하게 먹었으며, 6학년 여자아이는 빵을 납작하게 눌러 ‘단단한 빵’을 만들며 깔깔 웃었다. 5학년 여자아이는 빵 두 개를 한 번에 입에 넣어 볼이 팽팽하게 부풀었는데, 그 모습이 꼭 햄스터 같았다. 그렇게 각자의 방식대로 아침을 준비한 아이들은, 단체사진 촬영을 위해 모두 모였다. 누군가는 여전히 졸린 눈을 반쯤 감고 있었고, 누군가는 배가 부른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으며, 또 누군가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뒤에서 토끼 귀를 만들었다.
단체 사진 촬영이 마무리되자, 아이들은 천천히 버스에 올라탔다. 낮게 깔린 햇살이 차창을 타고 들어와 아이들의 얼굴을 부드럽게 스쳤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밤새 놀아 지친 아이들은 마치 스위치를 끈 듯 하나둘 쓰러지듯 잠에 빠져들었다. 어떤 아이는 목이 옆으로 꺾인 채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고, 또 다른 아이는 창문에 이마를 붙인 채, 버스 진동에 맞춰 고개가 살짝살짝 흔들렸다. 창밖 풍경이 쏜살같이 지나가도,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깊은 꿈속으로 가라앉았다.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 중 하나인 3학년 남자아이는 표정이 조금 어두웠다. 버스에 오른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창백해진 얼굴로 멀미를 호소했고, 곧바로 준비해둔 멀미약을 건네주었다. 뒤이어 5학년 남자아이도 조용히 속이 좋지 않다고 말하자, 선생님은 다시 약을 챙겨주며 상태를 지켜보았다. 첫날 버스 안은 마치 이동하는 놀이공원 같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게임 소리, 그리고 “이거 봐!” 하는 목소리가 뒤엉켜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둘째 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은 전혀 달랐다. 창밖의 햇빛은 나른했고, 버스 안에는 아이들의 잔잔한 숨소리와 가끔 섞이는 하품 소리만이 가득했다. 어디선가 조용히 울리는 에어컨 바람 소리가 배경 음악처럼 깔리고, 아이들은 각자만의 자세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점심 식사 장소는 ‘두끼’라는 떡볶이 무한리필집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아이들은 문 앞에서 신발을 툭툭 털고 안으로 들어갔다.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이미 두끼에 와 본 적이 있는 아이들과, 오늘이 처음인 아이들. 4학년 여자아이와 1학년 여자아이, 몇몇 중학생 아이들은 처음 온 친구들에게 “이건 이렇게 넣어야 돼” 하며 빠르게 설명해 주었다. 배가 고프고 빨리 떡볶이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설명은 다소 짧고 구체적이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성심껏 알려주려는 모습이 제법 멋졌다.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트레이를 들고 재료를 가지러 갔다. 중학생 여자아이들의 테이블은 재료 선택이 남달랐다. 분모자와 중국당면, 옥수수면 같은 마라탕 재료에다, 밀떡·쌀떡·모양떡 등 다양한 떡을 담았다. 소스는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로제 소스를 선택해 부드럽고 고소한 로제 떡볶이를 만들었다. 역시 여러 번 와본 덕분에 재료 손질부터 끓이는 순서까지 막힘없이 척척 해냈다.
반면 가장 어린 1학년 여자아이, 3학년 여자아이 둘, 5학년 여자아이가 있는 조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매운 걸 못 먹는 3학년 여자아이를 위해 육수를 듬뿍 넣고, 소스는 아주 조금만 넣어 순한 떡볶이를 만들었다. 겉보기엔 빨갛고 맛있어 보였지만, 막상 먹어보면 거의 육수 맛이었다. 그 떡볶이를 원하지 않던 5학년 여자아이는 결국 고학년 여자아이 조에서 만든 떡볶이를 가져다 먹었다. 고학년 여자아이 조는 두 가지 버전을 만들었다. 첫 번째는 마라 떡볶이. 분모자, 밀떡 조금, 중국당면, 푸주, 옥수수면을 넣어 칼칼하게 끓였다. 아이들 입에는 조금 매웠지만, 맛있게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는 마라 소스에 로제 소스를 더해 만든 ‘마로제’ 떡볶이였다. 분모자와 옥수수떡, 당면, 야채를 넣어 만들자 냄비 위에서 소스가 걸쭉하게 어우러졌다. 배가 불러오던 아이들은 떡볶이를 기다리며 음료 코너로 향했다. 파파야 시럽과 스프라이트를 섞어 만든 파파야 주스가 인기였는데, 특히 4학년 여자아이가 만든 주스가 맛있어서 조원들이 잇따라 “나도 만들어줘!” 하고 부탁했다. 5학년 남자아이 둘, 2학년 남자아이 조는 크림 소스를 이용한 크림 떡볶이를 만들었다. 다양한 재료를 넣어 끓였지만, 크림만 먹다 보니 느끼해졌는지 매운 소스를 살짝 추가해 맛을 조절했다. 두끼 경험자인 5학년 남자아이는 밥에 데리야끼 소스와 마요네즈, 닭튀김을 얹어 치킨마요컵밥까지 만들어 먹었다. 처음에는 떡볶이를 잔뜩 만들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자 “더는 못 먹겠다”라며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중학생 여자아이는 떡볶이를 다 먹은 뒤, 우유빙수 샤베트에 과일청을 넣어 과일 빙수를 만들었다. 하얀 눈꽃빙수 위로 과일청이 스며드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그렇게 아이들은 각자 스타일대로 떡볶이를 만들고, 웃으며, 배부르게 먹는 시간을 보냈다. 식사를 마친 뒤 버스에 오른 아이들은 든든한 배를 부여잡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짧은 이동 끝에 센터에 도착했고, 아이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집으로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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